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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Pronunciation Var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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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기저형(Underlying Form)과 표면형(Surface Form), 음운 변동(Pronunciation Variation)을 살펴본다.


1. 기저형과 표면형

우리는 음성에 의존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입 밖으로 나온 음파를 그대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그 음파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은 제외시키고 자신의 언어에서 변별적인 역할을 하는 음파들만 골라서 그것을 음소로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이해된 음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소를 들으면 그 형태소의 정보는 의미로 전환된다.


형태소(morphoeme)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언어의 최소 단위이다. 형태소는 의미와 음성이 결합되어 있는데, 형태소가 실제로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발화된 말소리들을 분석해 형태소가 머릿속에 어떤 모습으로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때 형태소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음운론적 정보를 기저형(Underlying Form)이라고 한다.


표1 형태소의 의미 구성

형태소
의미 정보
음운 정보 (기저형)


형태소는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발화를 할 때 실제로 실현되는 것은 형태소 자체가 아니다. 실제로 발화에서 형태소가 실현될 때는 형태(morph, 形態)라고 한다. 형태소는 그것이 실현되는 주변 환경에 따라 실제 형태의 모습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달라지는 형태를 해당 형태소의 이형태(allomorph, 異形態)라고 한다.


기저형은 추정된 형태이므로 실제로 발화되는 형태는 아니다. 기저형이 실제의 발화에서 실현된 형태는 표면형(Surface Form)이라고 하는데, 이형태는 그러한 표면형이다. 기저형은 // 안에 표기하고 표면형은 []에 표기한다.


예컨대 /집/이라는 형태소가 조사 '-도'나 '-이'와 결합할 때는 [집]으로 실현되지만 '-만'과 결합할 때는 [짐]으로 실현된다. 이 때 각 환경에서 실제로 실현되는 [집]과 [짐]은 각각 형태이다. 형태소 /집/과 관련시킬 때는 [집]과 [짐]이 형태소 /집/의 이형태가 된다.


음운 규칙을 세울 때는 기저형을 설정하는 작업이 첫 단추이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실제 형태는 [집]과 [짐]인데, 이 가운데 /집/을 기저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짐]은 기저형 /집/의 이 특정 조건에서 으로 변하여 실현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렇듯 기저형에서 표면형이 실현되는 과정을 규칙화해서 정리한 것이 음운 규칙이다. /집/의 다양한 실현형들에서 이형태를 수집하고 정리한 후 해당 조건의 내용을 규칙화한다. 이후 설명할 음운 규칙들이 음운론 학자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검증해 쌓아 올린 업적들이다.


2. 말소리의 변화

하나의 단어는 보통 여러 개의 소리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 , , 의 네 소리로 이뤄진 단어이다. 그런데 단어들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소리를 항상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단어를 구성하고 있는 소리들이 변화를 겪기도 하고, 시간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주위에 오는 다른 말과 연결되면서 소리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18세기를 거치면서 으로 바뀌었다든지, 닭날개에서 보듯 닭이 날개와 연결될 때에는 [당]으로 발음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때 그것을 변화(變化)라고 하며, 시간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연결되는 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때 그것을 변동(變動)이라고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변화된 것은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지 않으나, 변동된 것은 연결되는 말이 달라지면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간다. 즉 이 15세기 때와 같이 으로 발음될 리는 없으나, 닭날개의 [당]은 조사 '-이', '-은'이 연결될 때에는 닭이[달기], 닭은[달근]에서와 같이 원래의 형태를 회복하여 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음운의 변화나 변동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대치(代置): 어느 한 소리가 다른 소리로 바뀌는 것
  • 탈락(脫落): 원래 있었던 소리가 사라지는 것
  • 첨가(添加): 없던 소리가 끼어드는 것
  • 축약(縮約): 둘 이상의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새로운 소리가 되는 것


이 글에서는 말소리를 공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음운 변동 현상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3. 대치

한국어의 대치 현상에는 평폐쇄음화, 경음화, 치조비음화, 유음화, 비음화, 조음위치동화, 구개음화, 움라우트, 모음조화, 활음화 등이 있다. "어떠한 조건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가"의 관점에서 차례대로 살펴본다.


1) 평폐쇄음화

평폐쇄음화는 종성에서 평폐쇄음이 아닌 소리가 평폐쇄음(, , )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이른다. 이때의 평폐쇄음이란 평음이면서 폐쇄음인 소리를 가리키므로, 평폐쇄음화는 평음이 아닌 소리(격음, 경음)가 평음으로 바뀌는 '평음화'와 폐쇄음이 아닌 소리(마찰음, 파찰음)가 폐쇄음으로 바뀌는 '폐쇄음화'를 포함한다. 다음 예시와 같다.


  • 앞 → 앞: 격음 이 평음 으로 대치
  • 옷 → 옫: 마찰음 이 폐쇄음 으로 대치


이같은 대치가 일어나는 것은 음절 종성 위치에 나타날 수 있는 자음이 불파음(不破音)이어야 한다는 한국어 특성 때문이다. 불파음은 말뜻 그대로 파열되지 않은 소리를 가리키는데, 한국어에서 불파음으로 발음할 수 있는 자음은 , , , , , , ㅇ[ŋ] 일곱 개뿐이다.


2) 경음화

경음화는 어떠한 조건 아래에서 경음이 아닌 소리(평음)가 경음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특정한 환경에서 평음 이 경음 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크게 아래 네 가지 조건에서 경음화가 일어난다.


  • 평폐쇄음  뒤: 국-밥 → 국빱, 믿-고 → 믿꼬, 밥-상 → 밥쌍
  • 동사나 형용사 어간의 말음  뒤: 신:-다 → 신:따, 검:-지 → 검:찌
  • 관형형 어미 ‘-을/ㄹ’ 뒤: 먹을 것을 → 머글꺼슬, 할 바를 → 할빠를
  • 한자어에서  뒤 : 팔 도(度) → 팔또, 팔 세(世) → 팔쎄, 팔 점(點) → 팔쩜


3) 치조비음화

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 은 으로 바뀐다. 이처럼 유음 이 치조비음 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치조비음화라고 한다. 이는 장애음 또는 비음과 유음 을 연속해서 발음할 수 없다는 한국어의 발음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음 예시와 같다.


  • 결단-력 (→ 결딴-력) → 결딴녁
  • 십 리 → 십-니 (→ 심니)


4) 유음화

유음화는 특정한 환경에서 유음이 아닌 소리()가 유음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때의 특정 환경이란 유음 이 인접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유음화는 치조비음 이 주위에 있는 유음 의 영향을 받아 그와 같은 소리로 바뀌는 것이므로 동화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예와 같다.


  • 칼-날 → 칼랄
  • 핥-는 → 할-는 → 할른
  • 실-내 → 실래
  • 골-네트 → 골레트


5) 비음화

비음화란 비음 앞에서 비음이 아닌 소리(장애음)가 비음으로 대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선행하는 장애음이 비음으로 바뀌는 것은 후행하는 비음 때문이므로 비음화 또한 유음화와 마찬가지로 동화 현상의 하나이다. 다음 예시와 같다


  • 국물 → 궁물
  • 먹-는다 → 멍는다
  • 닫-는다 → 단는다
  • 밥(食)-만 → 밤만
  • 잡-는다 → 잠는다


6) 양순음화

뒤에 오는 양순음의 영향으로 앞에 있는 치조음 이 각각 양순음 으로 대치되는 현상이 양순음화이다. 이는 사람들이 발음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어난다. 이러한 점에서 양순음화는 앞서 언급한 유음화나 비음화와 다르다. 유음화나 비음화는 발음을 아예 하지 못하는 데 기인하여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양순음화가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다음 예문과 같다.


  • 기분-만 → 기붐만
  • 곧-바로 → 곱빠로


7) 연구개음화

연구개음화는 뒤에 오는 연구개음의 영향을 받아 앞에 있는 이 ㅇ[ŋ]으로, 또 이 으로 대치되는 현상이다. 치조음()이나 양순음()이 연구개음()으로 바뀌는 조음 위치상의 변동이 일어났으므로 이를 앞에서 다룬 양순음화와 아울러 조음위치동화라고 부른다. 연구개음화 역시 양순음화처럼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연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예문과 같다.


  • 신-고 → 싱꼬
  • 감-고 → 강꼬
  • 믿-고 → 믹꼬
  • 집-고 → 직꼬


8) 구개음화

구개음화는 치조음()이 전설고모음() 또는 활음(j) 앞에서 각각 경구개음()으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킨다. 경구개음화라고도 불린다. 구개음화는 동사나 형용사 어간 또는 명사에 문법 형태소가 연결될 경우에만 일어난다. 다음 예문과 같다.


  • 짐받-이 → 짐바지
  • 밭-이 → 바치
  • 낱낱-이 → 난나치


9) 움라우트

움라우트는 뒤에 있는 전설모음()이나 활음(j)의 영향을 받아 후설모음 가 각각 전설모음 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킨다. 다음 예문과 같다.


  • 아기 → 애기
  • 어미 → 에미
  • 고기 → 괴기
  • 죽이다 → 쥐기다
  • 드리다 → 디리다


10) 모음조화

동사나 형용사 어간에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될 때 어간의 말음절 모음이 면 '-아'가 연결되고 어간의 말음절 모음이 그 이외의 모음이면 '-어'가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음 예문과 같다.


  • 잡-아 → 자바, 좁-아 → 조바
  • 집-어 → 지버, 굽-어 → 구버


11) 활음화

활음화는 단모음이 활음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다음 예문과 같다.


  • 기-어 → 겨, 비-어 → 벼, 이기-어 → 이겨, 비비-어 → 비벼
  • 보-아 → 봐, 두-어 → 둬, 돌보-아 → 돌봐, 가두-어 → 가둬


4. 탈락

음운 탈락은 원래 있었던 소리가 삭제되는 현상이다. 한국어의 탈락 현상에는 자음군단순화, 'ㅎ' 탈락, 어간말 '으' 탈락, 동모음탈락, 활음탈락 등이 있다.


1) 자음군 단순화

명사 어간 또는 동사나 형용사 어간의 말음이 자음 둘로 이뤄진 자음군일 때 그러한 자음군이 음절말 위치에 오면 두 자음 중에 하나가 탈락한다. 다음 예문과 같다.


  • 앉-다 → 안따, 많-네 → 만네
  • 외곬-만 → 외골만, 핥-다 → 할따, 뚫-는 → 뚤른
  • 넋-도 → 넉또
  • 값-도 → 갑또, 없다 → 업따
  • 삶-도 → 삼도, 젊-다 → 점따
  • 여덟-도 → 여덜도, 넓-다 → 널따
  • 읊-다 → 읍따, 읊-고 → 읍꼬
  • 읽-게 → 일께, 읽-다 → 익따


2) ㅎ 탈락

ㅎ 탈락은 공명음과 모음 사이에서 이 탈락하는 현상이다. 다음 예문과 같다.


  • 놓-아 → 노아, 많-아 → 마나, 닳-아 → 다라
  • 공부-하다 → 공부아다, 피곤-하다 → 피고나다


3) 어간말 으 탈락

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 어간의 말음 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아/어 앞에서 탈락하는데 이를 어간말 으 탈락 현상이라고 한다. 다음 예문과 같다.


  • 쓰-어 → 써
  • 고프-아 → 고파


4) 동모음 탈락

동사나 형용사 어간의 말음 '아/어'는 어미 '-아/어' 앞에서 탈락한다. 다음과 같다.


  • 가-아 → 가
  • 서-어 → 서
  • 놀라-아 → 놀라


5) 활음탈락

활음탈락은 특정 자음과 이중모음의 연쇄에서 이중모음을 구성하는 활음이 삭제되는 현상이다. 다음과 같다.


  • 지-어 → 져 → 저, 찌-어 → 쪄 → 쩌, 치-어 → 쳐 → 처
  • 보-아 → 봐 → 바, 붓-어 → 부-어 → 붜 → 버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