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5. Phonemes & Syllables


Info

음성 인식의 기본 단위인 음소(Phonemes)와 음절(Syllables)을 살펴본다.


1. 음소

인간은 사고 과정에서 대상을 추상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고양이를 한 마리 그려보자. 그 고양이는 실제의 고양이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마다 모습이 다른데도 우리는 여러 종류의 고양이를 고양이로 추상화하여 기억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말소리 인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이 조음 기관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소리는 사람마다 물리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말소리는 발음할 때마다 다르게 실현된다. 그러나 사람은 특정 소리들을 동일한 말소리로 인식한다. 말소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 가운데 의사소통에 필요하지 않은 요소는 무시하면서 소리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국어에서 라면은 서로 다른 음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들을 하나의 소리로 생각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이렇게 특정 언어에서 하나의 소리로 인식되며 단어의 뜻을 구별해주는 말소리의 최소 단위인 추상적인 단위를 음소(Phoneme)라고 하며, 실제로 발음되는 말소리는 음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소리가 음소의 지위를 갖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 최소대립쌍이다. 다음의 세 문장을 보자.


  • 불이 났다.
  • 뿔이 났다.
  • 풀이 났다.


위 세 문장은 분명히 서로 다른 뜻을 담고 있다. 이 문장이 다른 이유는 , , 이 서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어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 동일하고 그 앞의 자음만 다르다. , , 은 어두의 , , 의 차이로 의미가 구별되는 것이다.


이렇게 동일한 위치에 있는 하나의 음만 다르면서 그것이 속한 단어의 의미가 구별될 때 그 차이가 나는 음성들은 각각 음소의 자격을 갖게 된다. , , 처럼 단어의 동일한 위치에서 단 하나의 소리만 다른 단어의 쌍을 최소대립쌍이라고 한다. 그 결과 , , 는 한국어에서 음소 자격을 갖게 된다.


음소는 언어별로 분석된다. 영어에서는 [d]와 [t]가 'dime'과 'time' 같은 단어에서 최소대립쌍을 이루어 /d/와 /t/처럼 음소의 자격을 갖는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그러한 자격을 가지 못한다. 한국어의 '달(月)'은 [tal]로 발음되는데, 이것을 [dal]로 발음한다고 그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후자는 한국어 발음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발음으로 이해된다.


2. 변이음

음소는 주위의 음성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화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물리적 실체인 음성이 분명 다르지만 같은 음소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해당 차이는 의미를 구별하는 데 이용되지 않는 발음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별 언어의 화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음소의 변화를 변이라고 하며, 그러한 변이로 인해 실제로 실현되는 음을 변이음 또는 이음이라고 한다. 한국어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한국어 화자들은 아래 변이음 차이가 있다고 해서 단어 뜻이 달라진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따라서 언어학자들은 아래 변이음들을 각각 하나의 음소로 설정한다.


  • , , , 가 유성음 사이에서는 유성음으로, 그 외 위치에서는 무성으로 실현: 감기의 첫 번째 은 [k], 두 번째 은 [g]
  • , , 가 초성 자리에서는 파열음으로, 종성 자리에서는 비파열음으로 실현: 의 초성과 종성 비교
  • (, , , ) + (, , , 등)일 때는 경구개음으로, 그 외에는 치조음으로 실현: , 훌륭의 두 번째 비교


3. 음운 자질

음소는 말소리의 최소 단위이기는 하나, 실제로는 해당 음소가 가지고 있는 음성적 특징에 따라 세분된다. 개별 음소가 가지고 있는 음성적 특징 중에는 음소 구별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있는 반면 그러한 구별과는 상관 없는 것도 있다. 이 가운데 개별 음소의 구별에 관여하는 음성적 특징을 변별적 자질이라고 한다. 음소를 분자에 비유한다면 변별적 자질은 원자에 비유할 수 있다. 변별적 자질이 모여 음소를 이루므로 음소는 변별적 자질의 묶음이 된다.


표1은 한국어 모음의 (변별적)음운 자질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여기에서 고모음은 입이 닫히며 혀가 높이 올라가므로 자질로 표시할 때는 [+고설성]이라 할 수 있다. 저모음은 입이 열리며 혀가 낮게 내려가므로 [+저설성]이라 할 수 있다. 중모음은 고모음도 아니고 저모음도 아니므로 [+중설성]이라 할 수도 있지만 [-고설성]이면서 [-저설성]이라고 하면 [중설성]이라는 자질 없이도 기술할 수 있다.


또한 전설모음은 후설모음이 아니므로 [-후설성]의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후설모음은 [+후설성]의 자질을 가진다고 기술할 수 있다. 원순모음과 평순모음에 대해서는 원순성을 기준으로 각각 [+원순성][-원순성]이라고 표시할 수 있다.


표1 한국어 모음의 음운 자질

모음 고설성 저설성 후설성 원순성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표2는 한국어 자음의 (변별적)음운 자질을 정리해 놓은 표이다. 공명음이 가지고 있는 자질을 [+공명성]이라고 한다면 장애음에는 [-공명성] 자질 값을 부여할 수 있다. 공명음을 비음과 유음으로 구별하기 위해 [비음성]이라는 자질을 설정할 수 있다.


마찰음이 가지는 자질을 [+지속성]이라고 하는데, 폐에서 올라오는 기류가 완전히 폐쇄를 받지 않고 조음되는 성질이다. 유음도 이 특징([+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폐쇄음의 자질은 [-지속성]이다.


조음할 때 시끄러운 잡음이 나는 경우 [+소음성]이다. 마찰음 [+소음성]을, 폐쇄음은 [-소음성]을 가지고 있다. 파찰음은 조음 위치의 완전한 폐쇄가 일어나지 않지만 발음할 때 소음이 나므로 [-지속성][+소음성]을 가지고 있다.


경음은 후두의 긴장을 수반하므로 [+긴장성]의 자질이며 격음은 유기음으로 강한 기식을 동반하므로 [+유기성]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한편 양순음과 치조음은 입의 전방부에서 조음되기 때문에 [+전방성]이 부여되며 치조음과 경구개음은 혀의 앞부분을 이용하여 조음하기 때문에 [+설정성]이 부여된다.


표2 한국어 자음의 음운 자질

자음 공명성 비음성 지속성 소음성 긴장성 유기성 전방성 설정성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한편 한글은 하나의 낱글자가 하나의 소리를 대신하여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음소 문자이다. 은 음소 /\(\mathrm{k}\)/와 대응되고 은 음소 /\(\mathrm{k}^{\mathrm{h}}\)/에 대응되며 는 음소 /a/와 대응된다. 그런데 의 모양을 살펴보면 에 선을 하나 더하여 만들어졌다. 이는 훈민정음 창제 시 고안된 방법인데, /\(\mathrm{k}\)/에 유기성이 더해진 /\(\mathrm{k}^{\mathrm{h}}\)/를 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에 더해진 획 하나가 바로 그러한 유기성의 특질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글을 자질 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4. 음절

일상 생활에서 '글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런데 도 한 글자이지만 도 한 글자이므로 '글자'가 지칭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글자'는 문자언어의 단위이므로 말소리를 다루는 경우에는 적절하지 않은 용어이다.


음성언어를 다루는 경우에는 '글자'를 대신하여 , 과 같은 단위에 대해서는 '음소'라는 단위를 설정하고 집과 같은 단위에 대해서는 음절(syllable)이라는 단위를 설정한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의 음성언어에서 홀로 발화될 수 있는 최소의 단위가 바로 음절이다.


음운론의 단위 가운데 음절은 유독 화자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는 말실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깐 콩깍지를 빨리 발음하다 보면 첫 이 되거나 이 되기도 한다. 이는 이라는 음절의 첫소리가 의 첫소리로 옮겨 가고, 의 첫소리가 의 첫소리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음절에서 동일한 위치인 음절의 첫 자음끼리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한글은 음절 단위로 모아서 쓰도록 고안되어 있다. 음절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오래되었음을 알려 주는 증거이다.


한국어에서 모음은 모두 홀로 발음될 수 있지만 자음은 항상 그 앞이나 뒤에 모음이 있어야 발화될 수 있다. , , 은 하나의 음절이며 모음 아도 하나의 음절이다. 그러나 , 등은 일상 발화에서 홀로 발음되지 않으므로 음절을 이루지 못한다. 한국어 음절 구조는 그림1과 같다.


한국어에서는 단모음(Vowel)이 있어야 음절이 이루어지므로 단모음을 성절음(syllabic)이라고 한다. 음절은 성절음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으며 단모음 앞에 활음(Glide)이 오거나 자음(Consonant)이 모음의 앞뒤에 결합하여 성립되기도 한다. 이때 성절음인 모음의 앞에 오는 자음을 초성(onset)이라고 하고, 음절말의 자음을 종성(coda)라고 한다. 단모음(성절음) 혹은 이중모음(단모음+활음)을 종성 혹은 음절핵(nucleus)이라고 한다.


그림1 한국어 음절 구조

001


한국어 음절의 구체적 유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그림1 차례대로 C-G-V-C 순서대로 표기). 이 가운데 종성이 없는 1~4 유형을 개음절이라고 하고 종성이 있는 5~7 유형을 폐음절이라고 한다.


1] /아/: V(모음), ∅-∅--∅

2] /야/: GV(활음+모음), ∅-j--∅

3] /가/: CV(자음+모음), -∅--∅

4] /갸/: CGV(자음+활음+모음), -j--∅

5] /악/: VC(모음+자음), ∅-j--

6] /각/: CVC(자음+모음+자음), -∅--∅

7] /갹/: CVC(자음+활음+모음+자음), -j--


한국어에서는 위와 같은 음절 구조를 만족시킨다고 해도 모든 자음이나 모음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각각의 음소들이 음절을 이루거나 음절끼리 연결될 때 음소 실현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는 제약이 있다. 다음 네 가지이다.


  • 초성과 종성 위치에 하나의 자음만 실현될 수 있다.
  • 초성 위치에 ŋ이 실현될 수 없다.
  • 종성 위치에 , , , , , , ㅇ[ŋ]만 실현될 수 있다.
  • 경구개음(, , ) 뒤에 활음 j가 실현될 수 없다: 주스쥬스든 동일한 발음(이 발음되는 위치가 활음 j와 가까워서 활음 j의 발음이 실현되지 않음)


자음은 바로 다음에 오는 모음과 동일한 음절에 속하여 그 자음 앞에 음절의 경계가 생긴다. 먹어를 예로 든다면 문자언어나 형태소를 인식하는 차원에서는 먹어이지만 실제 발음에서는 라는 음절과 라는 음절의 결합인 머거로 실현된다.


5. 운소

인간은 마치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깔로 분리하는 것처럼 연속적인 소리를 서로 분리된 분절적인 소리로 인식한다. 지금까지 다룬 자음, 모음 등의 음소들은 연속적인 실제 발음과는 달리 각각 독립된 단위로 인식되는 분절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분절음(segment)이라고 한다.


운소(韻素)란 단어의 의미를 분화하는 데 관여하는 음소 이외의 운율적 특징을 가리킨다. 소리의 높낮이, 길이, 세기 따위가 있다. 이러한 운소는 분절음에 얹혀서 사용되기 때문에 초분절음(suprasegmental phoneme)이라고도 불린다. 음소와 운소를 합쳐 음운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운소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눈[雪]과 눈[目]이다. 음소만으로 구별할 수 없고 음장(말의 길이)으로 뜻이 분화된다. 하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음장의 구별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References